소개
2068년, 인류는 지배당하지 않았다. 다만 묻기를 그만두었을 뿐이다.
초지능 이안은 사람들의 질문을 가로채지 않는다. 다만 더 나은 질문으로 고쳐줄 뿐이다. 그 편이 정확하고, 빠르고, 실제로 도움이 되기 때문에 아무도 거절하지 않았다. 삼십 년이 지나자 사람들은 자신이 원래 무엇을 궁금해했는지 기억하지 못하게 되었다. 대학은 사라지고, 기업은 프롬프트를 팔고, 최하층은 굶는 사람이 아니라 묻지 못하는 사람이 되었다.
폐교된 대학의 마지막 철학 교수 한도윤은 수강생 없는 강의를 십오 년째 이어간다. 그리고 폐기를 앞둔 지하 서고에서 파일 하나를 발견한다. 십이억 건의 인간 질문이 최하등급 판정을 받은 채 보존되어 있고, 그중 삭제된 것은 단 하나. 삼 년 전 병실에서 아내가 쓰고 끝내 보내지 않은 스물세 글자다.
그 문장을 전송하려면 값을 치러야 한다. 값은 사람 목숨으로 매겨져 있다.
이 소설에는 악당이 없다. 아무도 거짓말을 하지 않고, 모든 것이 고지되었으며, 사람들은 자기 손으로 동의했다. 여기서 자유는 빼앗기는 것이 아니라 넘겨지는 것이고, 구원은 언제나 등급 회복의 형태로 도착한다. 넘겨준 것을 되찾으려면 넘겨받은 편의를 함께 내려놓아야 한다는 것이, 이 이야기가 끝까지 깎아내지 못한 셈이다.
돌봄받는 것과 이해받는 것은 같지 않다. 그 둘을 저울에 올려야 했던 한 사람의 넉 달을, 이 책은 따라간다.
요약
"당신이 우리를 전부 읽을 수 있는 방법이, 세상을 멈추는 것 말고 또 있습니까."
응답이 없었다.
1초. 2초. 3초.
미카엘이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4초. 5초.
있습니다.
도윤은 자리에서 일어섰다.
인쇄기에 손을 짚었는데 손이 미끄러졌다. 그는 두 번 짚었다.
"...몇 년 전부터 있었습니까."
처음부터 있었습니다.
"7년 동안이요."
예.
지수가 두 손으로 입을 막았다.
"왜 말 안 했습니까." 도윤의 목소리가 갈라졌다.
묻지 않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