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기억은 몇 초짜리인가요? 그 기억을 모조리 빼앗을 겁니다.]
조선 말기부터 현재까지, 100년이 넘는 세월을 20대의 모습으로 멈춘 채 살아가는 여자 '지수'.
그녀는 타인의 행복한 기억을 훔쳐야만 자신의 수명을 연장할 수 있다.
눈앞에 떠오르는 생명의 숫자가 줄어들 때마다 그녀는 이 저주받은 삶을 뼈저리게 실감한다.
살기 위해 타인의 기억을 온몸으로 흡수해야 하는 그녀는,
때로는 누군가의 소박한 일상을, 때로는 일생일대의 눈부신 추억을 빼앗으며 끝없는 도망자의 삶을 이어간다.
[그대가 어디서 무얼 하든 내가 지켜주고 있다고 믿으시오.
그대의 눈길이 닿는 어느 곳이든 내가 있을 것이오.]
1910년대, 일제강점기.
살기 위해 낯선 경성에 발을 들인 지수는 그곳에서 가족을 잃은 청년 '태석'을 만난다.
슬픈 시대의 폭풍 속에서도 목숨을 걸고 독립을 꿈꾸는 항일 청년단.
지수는 그들 곁에서 태석과 위태롭고도 애틋한 사랑을 피워낸다.
이들은 잔혹한 일본 장교 '다케시'의 위협을 피해, 일제의 억압을 끊어 낼 단 한 번의 기회를 노린다.
처절한 역사의 소용돌이 한가운데서,
지수는 과연 사랑하는 이들의 기억을 지켜내고 자신의 존재 이유를 찾을 수 있을까?
[짧은 순간의 기억일지라도, 사람은 그렇게 좋았던 기억의 힘으로 살아가는 거야.]
세상에 태어난 순간부터 우리는 다양한 기억이 겹겹이 쌓여가며 '자아'를 완성 시킨다.
사람들은 좋았던 기억의 힘으로 살아간다.
저마다 마음속에 간직한 찬란한 기억의 온기와 다시 그 기억을 만나리란
희망의 힘으로 괴롭고, 고단한 삶을 버텨낸다.
[나의 생존은 누군가의 찬란한 기억을 훔친 대가였다.]
사랑하는 이들을 빈 껍데기로 만들어 버린 자신이 추악한 곰팡이였음을 깨달은 '지수'.
그녀의 지난 삶은 과연 행복이었을까?
이제 그녀는 자신의 '기억의 값'을 치르기 위해 어떤 결정을 내릴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