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하의 뼈대를 허물고
우주의 이치로 백성을 살려낸
조선 최고의 지성, 다산 정약용!
그의 피눈물 어린 십팔 년 유배 생활은 끝없는 절망의 수렁이 아니라, 세상을 구원할 거대한 철학의 용광로였다. ‘역학명인전’ 열 번째 이야기에서는 그동안 우리가 익히 알던 실학자 다산의 껍데기를 한 꺼풀 벗겨내고, 주역(周易)의 심오한 변화를 현실의 진흙탕 속으로 끌어내린 ‘역학의 달인’으로서의 웅장한 진면목을 낱낱이 파헤친다.
권력의 정점에서 대역죄인으로 추락하여 강진의 척박한 골방에 갇힌 다산. 그는 그곳에서 낡은 산가지를 굴리며 우주의 이치를 묻고, 썩어 문드러진 조선을 해부하기 시작한다. 그에게 주역의 육십사 괘는 얄팍한 길흉화복이나 점치는 도구가 아니었다. 그것은 억울하게 죽어간 백성의 원한을 과학으로 풀어내는 법의학(『흠흠신서』)의 서늘한 저울이었고, 핏덩이들의 목숨을 앗아가는 끔찍한 역병을 물리치는 의학(『마과회통』)의 칼날이었으며, 탐욕에 찌든 나라의 근본을 통째로 뜯어고치는 개국(開國)의 청사진(『경세유표』)이었다.
이 소설은 역사의 박제된 연대표를 과감히 뛰어넘어, 조선 후기를 찬란하게 빛냈던 천재들의 경이로운 지적 교감을 무대 위로 소환한다. 세상의 가식을 비웃는 방랑 시인 김삿갓과의 뼈 있는 해학, 북학파의 거두 연암 박지원과 초정 박제가와의 국경을 허무는 거대한 우주론 대담, 그리고 맑은 차향 속에서 유불(儒佛)의 경계를 무너뜨린 초의선사와의 만남까지. 시공간을 초월하여 얽히고설키는 이 위대한 지음(知音)들의 불꽃 튀는 철학적 향연은 독자들에게 숨 막히는 지적 쾌감을 선사할 것이다.
점괘 속에 숨은 호체(互體)와 효변(爻變)의 이치로 치밀한 살인의 음모를 꿰뚫어 보고, 뇌수해(雷水解)와 지화명이(地火明夷)의 괘상으로 시대의 절망과 희망을 동시에 예언했던 거인. 가장 캄캄한 어둠 속에서 마침내 인간 언어의 타락한 뿌리(『아언각비』)까지 맑게 씻어내며 생을 관조했던 다산의 웅장한 서사가 이제 당신의 눈앞에 벼락처럼 펼쳐진다.
부패한 권력과 거짓된 언어가 판을 치는 오늘날, 다산이 낡은 종이 위에 피눈물로 새겨 넣은 그 맹렬한 죽비소리는 과연 우리에게 어떤 길을 묻고 있는가. 오백 권의 저술을 무기로 썩은 천하와 홀로 맞서 싸웠던 위대한 철학자의 뜨거운 숨결 속으로 독자 여러분을 초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