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권(총3권)
천하의 한량 의원 허윤, 그는 침통 대신 삿갓을 쓰고 팔도를 유랑하는 파격적인 사내다. 모두가 그를 여색을 밝히는 풍류객이라 손가락질하지만, 그의 진정한 의술은 육체의 병이 아닌 영혼의 상처를 다스리는 **'활인(活人)의 도(道)'**에 있다.
한양의 권세가 김대감에게 굴욕을 안기고 길을 나선 그는, 각 고을에서 저마다의 한(恨)과 욕망에 갇혀 병든 여인들을 만난다. 돈 세는 소리만 가득한 송도의 기생, 칼날 같은 자존심 속에 갇힌 진주의 여장부, 죽은 정인을 잊지 못해 산송장이 된 경주의 미인. 허윤은 이들에게 탕약이나 침술 대신, 남녀 간의 **'합일(合一)'**이라는 가장 원초적이고 숭고한 치유의 의식을 처방한다.
그의 방중술은 단순한 쾌락의 기교가 아닌, 억압된 영혼을 해방하고 음양의 조화를 통해 자아를 완성하는 경물치지(格物致知)의 길이었다. 마침내 팔도의 여정을 통해 그의 활인도는 **〈육합비서(六合?書)〉**라는 위대한 철학으로 집대성된다.
"육체의 쾌락은 그림자일 뿐, 그 본질은 영혼의 교감과 깊은 신뢰에 있다."
허윤의 파격적인 사상은 권력의 질투와 무지의 공격에 직면하지만, 그는 임금 앞에서도 굴하지 않고 자신의 도를 증명한다. 길 위에서 완성된 한 남자의 철학과, 그가 남긴 전설은 결국 시대를 깨우는 위대한 **'사랑의 비술'**로 남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