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요나라(さようなら)는 앞으로 볼 일이 없을 때 쓰는 말이라고 한다.”
한때 타인을 멀리하던 사람이 어느 날, 부산의 한 카페에서 우연히 만난 일본인 관광객에게 길을 안내하게 된다.
유창한 일본어는 아니었다. 머릿속을 맴도는 단어 몇 개와 번역기, 손짓과 표정에 의지해 겨우 대화를 이어갔다. 오리에게 먹이를 주는 법을 알려주고, 서면으로 가는 길을 설명하고, 버스정류장까지 함께 걸었다. 감천문화마을과 일본어, 다자이 오사무와 《달려라 메로스》, 티머니 카드와 간장게장까지. 서로 다른 언어와 문화 사이에서 짧지만 특별한 이야기가 오갔다.
그러나 이 만남에서 가장 크게 변한 것은 일본어 실력이 아니었다.
말 한마디 제대로 하지 못해 초라함을 느끼고, 어린 시절 영어 회화 시험에서 느꼈던 수치까지 떠올리면서도 그는 끝까지 상대방을 도왔다. 그리고 마지막 순간, 일본인들에게 건넨 한마디.
“사요나라.”
그 말을 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흐리던 하늘에서 구름이 걷히고 달이 모습을 드러낸다.
타인을 멀리하던 사람이 타인을 돕게 된 밤.
서툰 언어가 오히려 사람과 사람을 이어준 밤.
이 책은 한 번의 우연한 만남을 통해 언어를 넘어선 소통과 타인을 향해 조금씩 마음을 열어가는 한 사람의 변화를 담은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