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 밴쿠버의 한 남자가 요가 수업에 갔다가 화가 났다. 자신이 입고 있던 면 소재 운동복이 땀에 젖어 축 늘어지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는 서핑복과 스노보드복을 만들던 사람이었다. "왜 요가복은 이렇게 부실할까." 그 질문 하나가, 낮에는 디자인 스튜디오였다가 밤에는 요가원으로 바뀌는 작은 상점 하나를 낳았다.
그 상점의 이름은 lululemon. 발음하기도 어려운 이 이름은 몇 년 지나지 않아 전 세계 여성들의 신발장이 아니라 다리를 점령했다. 레깅스 한 장에 십만 원이 넘는 가격을 매기고도 없어서 못 팔았고, 광고 한 번 내보내지 않고도 나스닥에 상장했다. 그리고 이 브랜드는 스포츠웨어 산업이 한 번도 진지하게 묻지 않았던 질문을 세상에 던졌다. 운동복은, 그리고 운동은, 원래 여자를 위한 것이었던 적이 있었나.
물론 이 회사도 넘어졌다. 시스루 요가팬츠 사태로 매장의 재고를 통째로 빼야 했고, 창업자는 방송에 나와 "어떤 여성의 몸은 이 옷에 맞지 않는다"는 말을 뱉어 스스로 회사를 떠나야 했다. 그런데도 이 브랜드는 다시 일어섰고, 지금은 연매출 11조 원이 넘는 제국이 되어 있다. 34년간 브랜드의 공간을 지어온 저자가, 리복 이후 다시 한번 '여자의 몸'을 스포츠웨어 산업의 중심으로 옮겨놓은 이 회사의 진짜 이야기를 박물관의 언어로 풀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