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46년, 산이 터지면서 바다 밑에 갇힌 것이 있었다.
1,123년 뒤, 그것이 갈라진 나라를 하나로 되돌리는 밑천이 되었다.
_ 천 년의 약속 - 전 10권 동아시아 대서사, 그 마지막 권
「백두산, 천 년의 서사」 10권은 2065년 여름에서 2071년 봄까지의 다섯 해 반을 따라간다. 부서졌던 것들이 제자리로 돌아가는 시간이다. 바다가 답을 내놓고, 나라가 하나가 되고, 한 사람의 이야기가 194개국의 표준이 되고, 50년을 기록한 사람이 마지막 줄을 남긴다. 마지막 권이지만 끝나는 것이 없다. 끝나는 자리마다 다음 사람이 서 있다.
먼저 바다가 답을 낸다. 양양 앞바다 2차 시추가 끝나고 저류층 다섯 개가 확인된다. 가장 두꺼운 제5정이 203미터, 메탄 80.7퍼센트. 다섯 개를 합쳐 8조 7천억 입방피트, 3,500억에서 4,200억 달러. 한반도 통일 비용 추정치의 상당 부분이다. 결과가 나온 날 아침, 예순여섯 살 어부는 평소 동쪽에서만 나던 냄새가 남쪽까지 퍼진 것을 먼저 맡았다. 넉 달이 걸린 시추가 그 코를 뒤늦게 확인한 것이다. 코가 맞은 겁니다. 어부는 그렇게만 말하고 그물을 던진다. 3,500억 달러가 묻힌 바다 위에서, 오늘 저녁에 먹을 가자미를 건지는 것이다.
나라가 하나가 되는 과정은 정치가 아니라 산이 연다. 분화 3년 6개월째, 북한의 농경지가 32퍼센트 무너지고 배급이 끊긴다. 유엔에 보낸 서한에는 체제라는 단어가 없다. 자연재해 앞에서 도움을 요청한다고만 적혀 있다. 유엔 단독으로 감당할 수 없는 규모임이 확인되고, 여섯 나라가 뉴욕에서 밤을 새운다. 아무도 통일이라는 단어를 먼저 꺼내지 않는 5초가 지나간다. 그 단어를 꺼낸 것은 결국 사람이 아니라 산이었다. 산을 비난할 수 있는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총회 결의 181개국, 한국 국민투표 78.2퍼센트, 3년의 과도기, 그리고 남북이 같은 날 같은 질문 앞에 선 최종 투표 81.2퍼센트. 5,033만 표가 예를 골랐고, 하나가 된 나라의 이름은 대한민국이 되었다.
투표소의 장면들이 이 권의 심장이다. 여든 살 강민호는 오른손으로 도장을 잡으려다 놓친다. 50년 동안 수첩을 채운 손이 떨려서 잡히지 않는 것이다. 왼손으로 바꿔 잡고 한 글자를 찍는다. 평양에서는 70년 동안 혼자 결정해본 적이 없는 노인이 커튼 안으로 들어간다. 아무도 안 봅니다. 혼자 들어가서 혼자 찍습니다. 이 말을 기억하고 손을 뻗는다. 투표소를 나와서 그는 아무도 모르게 운다.
이야기가 표를 바꾼다는 것도 이 권이 숫자로 보여 준다. 미테라 프로그램이 4년 10개월 운영된 삼지연의 찬성률이 91.3퍼센트, 1년 운영된 해주가 63.8퍼센트. 차이 27.5퍼센트포인트. 독일이 통일 이후 30년을 앓은 자리에 한반도는 통일 이전에 이야기를 먼저 심었다. 이 데이터를 들고 제네바에 선 발표는 194개국 만장일치로 채택된다. WHO 역사상 처음이다. 스크린 마지막에 걸린 것은 학자의 문장이 아니라 이미 세상을 떠난 어부가 아들에게 남긴 한 줄이었다. 바다가 보내는 것은 ㅐㅇ다 받아야 한다.
그리고 한 사람이 떠난다. 2069년 9월 18일 오후 3시 17분. 백두산이 터진 그 시각과 같은 17분에, 강민호가 서재에서 숨을 거둔다. 태평양을 건너갔던 수첩 열세 권이 선반에 돌아온 지 엿새째였다. 마지막으로 남긴 말은 이것이었다. 좋은 질문이야. 조카손녀 이은서는 큰할아버지에게 받은 검은 돌을 들고 백두산 천지에 오른다. 946년 화쇄류 잔해와 양양 저류층 현무암의 바륨 대 스트론튬 비율이 1.18로 같다는 것을, 스물한 살이 학술대회에서 80명 앞에 내놓는다. 천 년 전의 파괴가 오늘의 자원을 만들었다는 증명이다. 물음표가 마침표가 되는 자리다.
세계 신화에서 인간 마음의 원형을 길어 올려 온 작가 차재민이, 신화와 현실을 잇는 '뮈토피크션(Mythofiction)'으로 써 내려간 전 10권의 대서사 「백두산, 천 년의 서사」. 그 마지막 권은 946년에 시작된 것이 천 년을 건너 제자리를 찾는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