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 가장자리 창가에 작은 유리병이 있었어요.
병은 한 번도 창가를 떠난 적이 없어요. 하지만 봄이 오면 꽃내음을 품은 봄바람이 찾아오고, 여름이면 장난꾸러기 여름바람이 이야기를 남기고 달려가지요. 가을바람은 쑥스럽게 자신의 긴 여행을 털어놓고, 겨울바람은 말없이 스며들어 고요함을 나눕니다.
병은 바람을 가두지 않아요. 다만 조용히 귀를 기울여, 그들이 잊고 싶지 않은 소중한 순간들을 품어줄 뿐이에요.
떠나지 않아도 세상을 만날 수 있어요. 누군가의 이야기에 진심으로 귀 기울이는 것만으로도요.
사계절의 바람이 남기고 간 이야기들이 살랑살랑 숨 쉬는 이 작은 병처럼, 이 책도 누군가의 마음속 어딘가에 오래 머물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