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93년 가을, 열세 살 태국 왕자가 영국 유학길에 오른다.
배의 갑판 위, 어둠 속에서 그는 한 소년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
이름도, 얼굴도 제대로 보지 못한 채. 오직 파도 소리 사이로 전해진 온기 하나만을 가지고.
그 온기는 사라지지 않는다. 런던의 서점에서, 옥스퍼드의 봄 벤치에서, 왕관이 머리 위에 놓인 뒤에도.
기록될 수 없었던 것이 몸속 가장 깊은 곳에서 32년을 흐른다.
역사는 그를 라마 6세라 불렀다. 그러나 이 소설은 왕관 아래의 여백을 묻는다.
원하는 것을 원한다고 말할 수 없었던 사람, 그 사람의 몸이 끝내 놓지 못한 온기 하나에 대한 이야기.
침묵은 비어 있지 않다. 그 안에는 말할 수 없는 것들이 가득 차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