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이후 조직은 많은 것을 바꾼다.
보고서를 작성하고 교육을 실시한다. 점검표와 작업절차서를 고치고 설비를 개선한다. 책임자를 정하고 재발방지대책도 만든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조직은 다시 익숙한 방식으로 움직이기 시작한다.
생산과 일정이 다시 중요해지고 사고 직후 강화했던 기준은 조금씩 느슨해진다. 사고를 경험한 사람의 기억은 희미해지고 그 경험은 문서와 절차로 남는다. 위험을 알고 있어도 멈추기 어렵고 책임은 현장 가까이에 남지만 실제 조건을 바꿀 권한은 다른 자리에 머물기도 한다.
왜 사고 이후 많은 것을 바꾸었는데도 조직은 다시 이전의 방식으로 돌아가는가.
'왜 아무도 바꾸지 않았는가'는 사고가 발생한 뒤의 조직을 바라본다. 사고 이후 만들어진 대책이 어떻게 약해지는지, 생산과 일정의 압박이 안전을 어떻게 다시 밀어내는지, 책임과 권한이 왜 서로 다른 곳에 놓이는지를 따라간다.
이 책은 누군가 한 사람의 잘못을 찾기 위한 책이 아니다. 사고 이후 무엇을 했는지만 확인하는 데서도 멈추지 않는다.
같은 위험과 같은 압박이 다시 찾아왔을 때 조직이 이전과 다른 판단을 할 수 있는가.
사고가 그대로 반복되는 것은 아니다.
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 조건이 다시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 책은 그 조건이 다시 만들어지는 과정을 살펴보고 다시 쌓이지 않게 하기 위해 무엇을 바꾸어야 하는지를 이야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