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를 정리하고 늦은 시간 식탁에 앉는다. 밥을 먹던 자리에 노트북을 펼치고 톡톡 탁탁 자판을 두드린다. 맘속 저편의 이야기들이 하얀 스크린으로 옮겨 앉는다.
사춘기를 지나며 한 번쯤 문학소녀를 꿈꾸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국어 시간에 글짓기 잘한다는 칭찬 한 번 안 들어본 사람도 드물 것이다. 그땐 그 말이 진실인 줄 알았다.
언젠가는 나의 글을 쓰리라 결심도 했다. 나의 착각에서 시작된 일이지만 결국 글쓰기를 시작했다. 매일 10줄만 써 보리라 생각했던 일이 즐거운 글쓰기 시간이 되었다.
쓰다 보니 자꾸 오래된 것들이 나왔다. 30년 된 식탁, 20년 넘은 친구들, 떠나지 못한 학교, 이제는 만날 수 없는 헤어진 친구, 새로운 이야기를 쓰려고 앉았는데 언제나 곁에 오래 둔 것들이 먼저 손끝으로 왔다.
나를 드러내는 일이 부끄러웠다. 글을 쓰면서 부끄러움이 산처럼 쌓여가는 느낌이었다. 솔직히 아직도 말하고 싶지 않은 부분도 많다. 내가 나와 더 친해지는, 나를 이해하게 되는 시간이 되어 글 쓰는 내내 참 좋았다.
나와 똑같은 착각을 했지만, 아직 시도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슬며시 부추기고 싶다. 맘속에 아직도 소녀를, 혹은 소년을 품고 있다면 오늘 밤 식탁에 앉아 열 줄만 써 보시라. 나도 거기서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