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개
탑 위의 두 사람
별 아래 로맨스
Two on a Tower: A Romance (1882) · 토머스 하디
잉글랜드 남서부의 어느 밭 한가운데, 전나무에 뒤덮인 작은 언덕이 있다. 그 꼭대기에는 오래전 어느 가문이 세웠다가 이제는 아무도 이름을 기억하지 못하는 기념 기둥이 하나 서 있다. 스무 살의 스위딘 세인트클리브는 이 버려진 탑을 자신의 관측소로 삼았다. 그리고 어느 겨울 오후, 스물여덟의 레이디 콘스탄틴이 자기 소유인 그 탑에 처음 올라가 망원경을 들여다보는 청년을 발견한다.
두 사람 사이에는 건널 수 없는 것이 여럿 놓여 있다. 그녀는 준남작의 아내이고 그는 농부의 손자다. 그녀는 그보다 아홉 살이 위다. 무엇보다 그녀에게는 아프리카로 떠난 뒤 소식이 끊긴 남편이 있다. 그럼에도 두 사람은 남몰래 혼인하고, 그 비밀을 지키기 위해 점점 더 깊은 곳으로 걸어 들어간다. 그러다 죽은 큰종조부가 남긴 유언장 한 장이, 청년의 앞날과 여인의 명예 가운데 하나만 고르라고 두 사람에게 요구한다.
하디는 이 소설을 두고 "티끌만 한 두 생명의 감정의 역사를 항성 우주라는 압도적인 배경 앞에 세워 보고 싶었다"고 썼다. 그리고 그렇게 마주 세운 두 크기 가운데 더 작은 쪽이 인간인 독자에게는 오히려 더 클 수도 있다는 것을 전하고 싶었다고. 실제로 이 작품에는 밤하늘이 끊임없이 등장한다. 다만 그 하늘은 연인의 배경으로 아름답게 걸려 있지 않다. 인간이 얼마나 하찮은지를 매 순간 증명하는 심연으로 벌어져 있다.
발표되자마자 이 소설은 거센 비난을 받았다. 부도덕하다는 것, 그리고 국교회를 조롱했다는 것이 이유였다. 하디는 13년이 지난 뒤에야 개정판 서문에서 해명해야 했다. 『테스』와 『무명의 주드』가 겪을 소동을 예고한 셈이다. 오늘날 이 작품은 하디가 계급과 나이를 가로지르는 사랑을 가장 온전히 다룬 소설이자, 과학에 대한 그의 매혹이 가장 깊이 스며든 소설로 다시 읽히고 있다.
원제 Two on a Tower에 하디가 붙인 부제는 '어느 로맨스'였다. 그 시절의 로맨스란 일상의 개연성에 매이지 않는 이야기를 뜻했다. 이 책은 그 요청을 그대로 받아들인다. 탑 하나와 망원경 하나, 그리고 서로에게 있어서만 거대했던 두 사람의 이야기다.
이번 번역본은 1895년 개정판 서문을 포함한 전 41장의 완역이다. 빅토리아기의 작위 호칭과 교회 제도, 당대 천문학의 실제 수준, 도싯 방언의 결까지 200여 개의 주석으로 짚어, 140년 전의 밤하늘 아래로 오늘의 독자가 그대로 걸어 들어갈 수 있도록 했다.
본문 중에서
"위엄이 시작되는 크기가 있습니다." 그가 외쳤다. "더 나아가면 장엄이 시작되는 크기가 있고, 더 나아가면 엄숙이 시작되는 크기가 있으며, 더 나아가면 두려움이 시작되는 크기가, 더 나아가면 소름이 시작되는 크기가 있습니다. 그 크기가 항성 우주의 크기에 겨우 근접합니다. 그러니 상상력을 쥐어짜 그 우주의 깊이에 스스로를 파묻는 정신은, 결국 새로운 공포 하나를 얻으려고 제 능력을 혹사하는 것이라고 한 제 말이 틀렸습니까?"
그녀가 선 자리, 곧 항성 우주 앞, 별자리들의 바로 그 눈 밑에 서서, 레이디 콘스탄틴은 이 진지한 젊은이의 논리를 얼마간 알아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