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개
길들지 않은 타잔 — 동아프리카 전선에서 잃어버린 도시까지
1914년 가을, 독일군 부대가 영국령 동아프리카의 한 농장을 습격한다. 사냥에서 돌아온 집주인이 발견한 것은 불탄 아내의 시신이다. 그는 문명이라는 껍질을 벗어던지고 복수에 나선다.
에드거 라이스 버로스가 1920년에 발표한 타잔 시리즈 일곱 번째 작품이다. 사자를 길들여 참호에 풀어놓고, 굶어 죽어 가며 자신을 노린 독수리를 잡아먹고, 이륙하는 비행기에 밧줄을 걸어 매달린다. 그리고 사막 한복판에서 아무도 떠난 적 없는 도시를 발견한다. 백 년이 지나도 페이지가 넘어가는 이야기다.
다만 백 년은 짧은 시간이 아니다. 이 소설에는 오늘의 독자가 그냥 지나치기 어려운 대목들이 있다. 서술자는 적국 국민을 향한 증오를 숭고하다고 부르고, 아프리카인의 심성을 인종 전체의 특성으로 규정하며, 이마의 높이로 정신 상태를 판정한다.
이 판본은 그런 문장들을 지우거나 부드럽게 고치지 않았다. 대신 그 표현이 어디서 왔고 무엇을 하는지 밝혀 두었다. 여든 편이 넘는 각주가 하웁트만이라는 계급명부터 아스카리 제도, 체체파리와 짐꾼 강제 동원, 카메라트라는 항복의 외침까지 짚어 준다. 스물네 장마다 붙은 역자 해설은 그 장이 무엇을 보여 주고 무엇을 감추는지 설명한다.
권두에는 지도 두 장이 실려 있다. 하나는 실제 위도와 경도로 그린 1914년 동아프리카다. 킬리만자로를 피해 꺾이는 국경선, 탕가에서 모시로 이어지는 우삼바라 철도, 소설 속 농장의 자리가 표시되어 있다. 다른 하나는 주인공이 서쪽으로 향하며 실재하는 지명이 사라진 뒤의 여정을 정리한 개념도다.
번역하며 가장 자주 눈에 띈 것은 소설이 말하는 바와 보여 주는 바의 어긋남이었다. 서술자는 유인원의 지능을 어린아이 수준이라 규정하지만, 정작 그중 하나는 계획을 세우고 동료를 모아 주인공을 구한다. 주인공은 스물세 장에 걸쳐 그 여자를 미워한다고 되풀이하면서 매번 그녀를 구한다.
그 틈이 이 백 년 된 소설을 오늘 읽을 만한 것으로 만든다. 책이 주장하는 세계와 실제로 그려 보인 세계가 어긋날 때, 독자는 그 사이에서 스스로 판단할 자리를 얻는다.
본문 중에서
얼마나 오래 정신을 잃고 누워 있었는지 그는 알지 못했다. 그러나 반쯤 의식이 돌아온 상태에서 이성이 서서히 제자리를 찾아가면서, 그는 자신이 밝고 쾌적한 방 안, 더없이 흰 아마포가 깔린 시원한 침대에 누워 있음을 알아차렸다. 한쪽 가까이에는 열린 창이 있었고, 그 얇은 휘장이 부드러운 여름 미풍에 나부꼈다. 바깥에서는 햇살을 머금은 과수원의 열매가 익어 가고 있었다. 열매 무거운 나무들 사이로 부드러운 초록 풀이 자라고 잎사귀 사이로 햇빛이 스며드는 오래된 과수원. 그리고 그 얼룩진 초록 잔디밭에서는 어린아이 하나가 뛰노는 강아지와 놀고 있었다.
'맙소사,' 그는 생각했다. '내가 얼마나 끔찍한 악몽을 지나온 것인가!' 그리고 그때 어떤 손이 제 이마와 뺨을 쓰다듬는 것을 느꼈다. 어지러운 기억을 어루만져 지워 주는 시원하고 부드러운 손이었다. 긴 한 순간 스미스올드윅은 더없는 평화와 만족 속에 누워 있었다. 그러다 차츰 어떤 사실이 그의 감각에 밀려들었다. 그 손이 거칠어졌고, 더는 시원하지 않고 뜨겁고 축축하다는 것이. 그리고 문득 그가 눈을 떴을 때 그가 올려다본 것은 거대한 사자의 얼굴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