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에게 너무 정 주지 마십시오.”
그 말은 이미 늦었다.
황제의 명으로 북부에 파견된 성녀 아델리아. 그녀는 그곳에서 반역자도, 죄인도 아닌 사람들을 만났다.
다치고도 웃는 사람들. 죽기 전까지 농담부터 하는 사람들.
살려 놓으면, 다시 전선으로 걸어 나가는 사람들. 그리고 그런 이들의 가장 앞에 선 남자.
사형수 기사단장, 레오르 아르덴.
그는 늘 마지막에 치료받았다.
늘 괜찮다고 말했다. 그리고 밤마다 죽은 부하들의 이름을 장부에 적었다.
황실이 숫자로 지워 버린 죽음을, 그는 혼자 이름으로 남기고 있었다.
아델리아는 그에게 묻고 싶었다.
왜 자꾸 죽을 사람처럼 말하느냐고.
왜 자신은 돌아오지 않아도 되는 사람처럼 구느냐고.
왜 살아남을 미래를 조금도 바라지 않느냐고.
그러나 레오르는 담담히 말했다.
“저희에게 전쟁 다음은 없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