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스위스의 한 은퇴한 트라이애슬론 챔피언이 조깅을 하다가 무릎에 통증을 느꼈다. 착지 충격은 줄이면서도 발을 튕겨내는 반발력은 살리는 신발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그는, 정원에 널려 있던 호스를 잘라 신발 밑창에 이어 붙였다. 함께 뛰던 스위스 연방공과대학(ETH 취리히) 출신 엔지니어 친구가 그 아이디어에 공학을 더했다. 그렇게 시작된 회사의 이름은 On. 스위치를 켠다는 뜻의 이 짧은 단어 하나가, 16년 만에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된 매출 30억 스위스프랑짜리 러닝화 제국이 됐다.
이 회사는 유명 선수에게 돈을 주고 광고를 찍게 하는 대신, 테니스 황제 로저 페더러를 아예 회사 안으로 끌어들였다. 페더러는 5000만 달러를 투자해 지분 3퍼센트를 받았고, 그 지분의 가치는 몇 년 뒤 그가 20년 넘는 테니스 인생에서 번 상금 전체보다 커졌다. 이 회사는 로봇 팔이 실 같은 소재를 뿌려 3분 만에 신발 갑피를 완성하는 기술을 개발했고, 신발을 팔지 않고 구독하게 하는 서비스를 내놓았다가 그 광고 문구 때문에 스위스에서 그린워싱 소송을 당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