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모두 조금씩 속물이다'는 '허영의 시장'으로 잘 알려진 영국의 소설가 윌리엄 메이크피스 새커리가 19세기 영국 사회 곳곳에 숨어 있는 속물근성을 해부한 풍자 에세이다. 귀족과 군인, 성직자와 지식인, 사교계의 신사숙녀에서 평범한 시민에 이르기까지, 새커리의 시선은 신분과 명성, 돈과 체면 앞에서 달라지는 사람들의 모습을 집요하게 따라간다.
그러나 이 책에서 '속물'은 단순히 교양 없고 허세 부리는 사람을 뜻하지 않는다. 새커리가 겨냥하는 것은 사람의 가치를 그 사람 자체가 아니라 지위와 재산, 가문과 평판으로 판단하는 태도다. 높은 사람에게는 지나치게 공손하고 낮은 사람에게는 무심하며, 자신이 속한 계층보다 조금 더 높은 곳을 바라보며 타인의 인정에 마음을 빼앗기는 순간, 누구나 속물이 될 수 있다.
흥미로운 것은 새커리가 자신만은 그 세계에서 벗어나 있다고 주장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는 속물을 찾아내겠다며 사회를 관찰하지만, 때로는 그 관찰자의 허영까지 웃음거리로 만든다. 그래서 그의 풍자는 타인을 향한 손가락질에서 끝나지 않고 자연스럽게 독자에게 돌아온다. '저런 사람이 속물이지'라고 웃던 순간, 어느새 우리 자신의 모습도 그 풍경 속에 들어와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