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여섯 살 이민재는 고아원 출신이다. 취업 낙방 스물네 번. 이사 알바와 택배로 하루하루를 버티던 그가 어느 날 공원 벤치에서 이상한 팔찌 하나를 줍는다.
팔찌는 말이 없었다. 하지만 무엇이든 사라지게 할 수 있었고, 어디서든 꺼낼 수 있었다. 1500광년 떨어진 행성의 대마법사 주르맥디가 오십 년을 연구해 만든 것이었다. 그리고 그 팔찌의 주인으로 이민재를 선택한 이유는 단 하나, 팔찌를 주운 날 그가 남의 텀블러를 벤치에 돌려놓고 갔기 때문이었다.
이민재는 팔찌를 자랑하지 않았다. 드러내지 않았다. 대신 이사 현장에서, 택배 골목에서, 동남아 무역 현장에서, 강원도 터널 깊숙이서 조용히 썼다. 무거운 것을 가볍게, 먼 것을 가깝게, 불가능한 것을 가능하게. 그리고 남는 것들을 독거노인 냉장고에, 아이들 옷에, 무너진 집 수전에 흘려보냈다.
이 소설은 재능도 배경도 없이 시작한 한 사람이 팔찌 하나를 들고 어떻게 억을 만들고, 터널을 뚫고, 금맥을 찾고, 사랑을 얻는가에 대한 이야기다. 하지만 더 정확히는, 팔찌가 사흘 동안 꺼졌을 때도 이민재가 이민재였다는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