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겸손한 제안(A Modest Proposal, 1729)
‘아일랜드 빈민의 자녀들이 부모나 국가에 짐이 되는 일을 막고 공익에 이바지하도록 만들기 위한 제안’
"영국 지배자들은 이미 부모 세대를 ‘삼켰다’. 이제 남은 아이들마저 식탁 위에 올려야만 할까?"
조나선 스위프트가 아일랜드의 극심한 빈곤과 영국의 식민지 착취를 고발하기 위해 쓴 정치 풍자 산문이다. 표면적으로 "겸손한"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당시 아일랜드의 식민지 착취와 영국 엘리트들의 무관심을 향한 격렬한 비판을 담고 있다. 화자는 가난한 부모에게서 태어난 아이 12만 명을 1세가 되면 팔아 식품으로 활용하자는 ‘겸손한’ 해결책을 제시한다. 냉정한 통계, 경제적 계산, 요리법까지 동원해 극단적인 논리를 펼치는 이 글은 유베날리안 풍자(Juvenalian Satire)와 모의 논문 형식을 통해 당시 사회의 잔인한 무관심과 도덕적 붕괴를 날카롭게 드러낸다.
1729년 더블린. 한 '겸손한' 제안자가 빈곤에 찌든 아일랜드의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나선다. 그는 인구 통계와 비용 계산을 차근차근 늘어놓은 뒤, 가난한 집 아이 12만 명 가운데 10만 명을 만 1세에 도축해 부유층의 식탁에 올리자는 제안한다. 아이 고기의 조리법, 시세, 부산물(가죽) 활용, 유통 방안까지 꼼꼼히 따지고, 이 제안이 가져올 여섯 가지 국가적 이점을 열거한다. 반론이 예상되자 그는 '다른 방책들'(부재지주 과세, 국산품 애용, 지주의 자비 등 실제로 실행이 가능한 개혁안)을 일절 듣지 않겠다고 일축하고, 자신에게는 아무런 사익도 없음을 강조하며 글을 닫는다.
18세기 초 아일랜드는 영국의 식민 지배 아래 무역 규제(울렌법 등), 부재지주제, 형법(Penal Laws)으로 피폐해져 있었다. 연간 수만 명이 굶주리고 걸인이 거리에 넘쳤으며, 가톨릭 다수와 프로테스탄트 어센던시(Protestant Ascendancy)(영국의 성공회파, 아일랜드 국교회)의 갈등이 겹쳐 있었다. 스위프트는 더블린성 패트릭 대성당 사제장으로서 수년간 아일랜드 문제에 관한 정치 소책자를 써왔고, 정부의 귀갓길 대접에 대한 분노와 개혁안의 연속적 좌절이 이 작품의 직접적 동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