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속된 국가(The Servile State, 1912)
이 책은 단순한 정치경제학 비판서를 넘어, 서구 문명의 궤적을 해부하고 현대 복지 관료제의 디스토피아적 귀결을 꿰뚫어 본 역사철학적 예언서다. 이 책의 중심을 관통하는 명제는 대단히 서늘하고도 명료하다. 소수가 생산수단을 독점하고 다수가 무산자로 전락한 근대 자본주의는 본질상 지속될 수 없는 ‘불안정 평형’이며, 인류가 시민 대다수가 재산을 고르게 소유하는 ‘분배 국가’로 돌아가지 못한다면, 결국 국가는 대중에게 최소한의 생계를 보장하는 대가로 법적 강제 노동을 부과하는 ‘신종 노예제(예속 국가)’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는 선언이다.
벨럭은 당대와 후대의 역사적 통념을 정면으로 뒤집는다. 통설은 기계와 동력의 발전, 곧 산업혁명이 자본주의적 불평등을 낳았다고 주장하지만, 벨럭은 정반대로 16세기 종교개혁과 수도원 토지 몰수 과정에서 대지주 과두제가 토지의 절반 이상을 장악하며 자본주의가 이미 완성되어 있었기 때문에 산업혁명이 저주가 되었다고 논증한다. 기계가 자유를 앗아간 것이 아니라, 이미 자유로운 정신과 경제적 자립을 상실한 무산자 사회 속으로 기술이 들어왔기에 소수에 의한 영구적 착취 구조가 고착되었다는 통찰이다.
이른바 우리가 자유롭다고 믿는 근대 산업사회는 소수가 생산수단을 쥐고 다수가 정치적 자유만 가진 기이한 배합인데, 이 배합은 도덕적으로도 실질적으로도 지탱될 수 없어 반드시 다른 무엇으로 바뀐다. 바뀔 수 있는 안정적 형태는 셋뿐이다. 모두가 소유하는 상태로 돌아가거나, 아무도 소유하지 않고 국가가 관리하거나, 다수가 법으로 노동을 강제당하는 대신 생계를 보장받는 것이다. 그리스도교 전통 탓에 셋째를 대놓고 주장하지 못하는 개혁가들이 둘째를 시도하는데, 그 시도의 실제 결과는 첫째도 둘째도 아닌 셋째, 곧 예속된 국가다.